Ars Philharmonic Journal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로 사는 즐거움

어릴 때 몇 년 배우다 그만둔 바이올린을 성인이 되어 다시 꺼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벽을 만납니다. 레슨을 다시 받고, 유튜브를 보며 혼자 연습하고, 어느 정도 소리가 돌아오면 — 그다음이 없다는 것. 매주 조금씩 늘긴 하는데, 이 소리를 어디에 쓰지? 하는 질문이 남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퇴근하고 방에서 30분씩 스케일을 긋던 시절, 바이올린은 취미라기보다 숙제에 가까웠어요. 그 답을 찾은 곳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였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낼 수 없는 소리

바이올린은 혼자 연주하면 선율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에 앉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내가 긋는 한 줄이 제2바이올린의 반주 위에 얹히고, 그 아래에 비올라와 첼로가 화성을 깔고, 등 뒤에서 호른이 울립니다.

처음 합주에서 교향곡의 총주(tutti)를 맞았던 날을 아직 기억합니다. 내 소리는 분명 그 안에 있는데, 동시에 훨씬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어 있었어요. 그 소리는 집에서 혼자 백 시간을 연습해도 절대 만날 수 없는 소리입니다.

'잘해야 한다'에서 '함께한다'로

아마추어 연주자를 가장 오래 괴롭히는 건 실력에 대한 부끄러움입니다. 저도 첫 견학 때 "민폐가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앉아보니 오케스트라는 독주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패시지는 파트 전체가 나눠 감당하고, 내가 놓친 마디는 옆 풀트가 받쳐줍니다. 반대로 내가 버틴 롱톤이 파트의 소리를 두껍게 만드는 날도 있고요. 잘하는 사람과 자라는 사람이 한 보면대를 쓰는 것 — 그게 아마추어 합주의 방식입니다.

저희 단은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 등 파트마다 전공자 선생님이 같은 자리에 앉아 함께 연주하며 소리를 다듬어줍니다. 혼자 연습할 때는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던 부분이, 옆에서 한마디 코칭에 풀리는 경험은 꽤 짜릿합니다.

일주일이 달라집니다

토요일 오후 3시 반, 예술의 전당 앞 연습실. 처음엔 '주말 반나절을 통째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시간이 일주일의 중심축이 됐습니다.

  • 평일 밤 연습에 목적이 생깁니다. 다음 합주에서 맞출 마디가 있으니까요.
  • 통근길 플레이리스트가 바뀝니다. 이번 시즌 연주할 브람스를 지휘자 버전별로 비교해서 듣게 돼요.
  • 그리고 시즌의 끝에는 진짜 무대가 있습니다. 조명이 켜진 콘서트홀에서, 관객 앞에서, 우리가 만든 소리를 내려놓는 순간이요.

취미가 '소비'가 아니라 '축적'이 되는 경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죠"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 저희 단에는 10년 쉬었다 돌아온 분도, 성인이 되어 처음 활을 잡은 분도 앉아 있습니다. 현악기는 오디션 없이 연습 견학 후에 합류 여부를 결정하면 되고, 악보와 일정은 단 전용 앱으로 미리 받아볼 수 있어요.

바이올린 케이스를 옷장에서 꺼낼 이유를 찾고 있다면 — 토요일 오후, 한 번 구경 오세요. 뒷자리에 앉아 소리만 듣고 가도 됩니다. 그 소리가 마음에 남는다면, 다음 주엔 보면대 앞에 앉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