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Philharmonic Journal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연주자의 눈으로 듣기

객석에서 백 번 들은 곡도, 보면대 앞에 앉으면 처음 만나는 곡이 됩니다. 저희 오케스트라는 이번 시즌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F단조를 연습하고 있는데요 — 매주 토요일 이 곡과 씨름하는 사람의 눈으로, 악장별 감상 포인트를 안내해볼게요. 다음에 이 곡을 들으실 때 완전히 다르게 들릴 겁니다.

1악장 — 금관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

곡은 호른과 바순의 팡파르로 시작합니다. 차이콥스키 본인이 "운명"이라고 불렀던 주제예요. 객석에서는 웅장한 오프닝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조금 다른 드라마가 있습니다.

이 팡파르가 울리는 동안 현악기 주자들은 활을 든 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하죠. '오늘 금관 컨디션 좋은데.' 금관의 첫 팡파르는 그날 합주 전체의 사기를 좌우합니다. 연주회 실황을 들으실 때, 첫 1분의 금관 소리에 오케스트라 전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들어보세요.

이어지는 왈츠풍의 주제는 9/8박자입니다. 셋씩 묶인 박자가 자꾸 미끄러지듯 흘러서, 아마추어에게는 '세는 것' 자체가 과제예요. 우아하게 들리는 부분일수록 무대 위에서는 전원이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습니다.

2악장 — 우리가 아직 열지 못한 악장

2악장의 문을 여는 건 오보에 솔로입니다. 쓸쓸한 선율이 한참 이어지는 동안, 오보에 주자는 오케스트라 전체의 시선을 혼자 받습니다.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 저희는 이 악장을 아직 한 번도 합주해보지 못했습니다. 이 솔로의 주인공인 오보에 수석 자리가 지금 비어 있거든요. 나머지 쉰 명이 악보를 펼쳐둔 채, 첫 소절을 불어줄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2악장은 이 곡에서 가장 궁금한 악장이에요. 우리 연습실에서 처음 이 선율이 울리는 날을 상상하면서, 일단 다른 악장부터 다듬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오보에 주자라면 — 말 그대로, 이 솔로가 지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악장의 백미는 솔로가 끝난 뒤 현악이 그 선율을 받아 노래하는 대목이에요. 제2바이올린 자리에서 말하자면, 이 곡에서 가장 '연주하는 맛'이 날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입니다.

3악장 — 전원이 활을 내려놓는 악장

3악장 스케르초는 클래식 전체에서도 손꼽히게 독특한 악장입니다. 현악기 전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활을 쓰지 않고 피치카토(손가락으로 뜯기)로만 연주합니다.

듣기에는 경쾌하고 장난스럽죠. 연주자에게는 고도의 단체 훈련입니다. 활 없이 뜯는 소리는 여운이 짧아서, 조금만 어긋나도 바로 티가 납니다. 쉰 명의 손끝이 하나처럼 맞아야 하는, 오케스트라판 군무예요. 연습이 잘 된 날의 3악장은 소름이 돋고, 안 된 날은... 팝콘 튀는 소리가 납니다. 저희는 지금 팝콘과 군무 사이 어디쯤에 있습니다.

중간부에서는 목관과 금관이 번갈아 등장하는데, 멀리서 지나가는 군악대 같은 이 대목과 피치카토가 다시 만나는 순간이 이 악장의 마법입니다.

4악장 — 체력전, 그리고 러시아 민요

피날레는 오케스트라 전체가 전력 질주하는 악장입니다. 악보 첫 마디부터 심벌즈가 터지고, 현악기는 쉼 없이 16분음표를 쏟아냅니다. 연주를 마치면 팔이 후들거리는, 문자 그대로의 체력전이에요.

다만 저희 연습실에서는 그 심벌즈가 아직 울리지 않습니다. 타악기 단원이 없어서, 무대에서는 객원 연주자와 함께해왔거든요. 그래서 지금 합주에서는 저 첫 마디의 '쨍'을 각자 머릿속으로 채워 넣으며 달립니다. 연주회 리허설에서 진짜 심벌즈가 처음 울리는 날 — 그날 합주가 1년 중 제일 짜릿합니다. (그리고 이 '쨍'을 객원이 아니라 매주 함께할 타악 단원도 찾고 있습니다. 오보에와 마찬가지로, 자리가 주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 폭풍 속에 러시아 민요 '들판에 자작나무 한 그루 서 있네'가 숨어 있습니다. 목관이 부르는 소박한 선율이 반복될 때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점점 커지는 구조인데, 이걸 알고 들으면 피날레가 소음이 아니라 이야기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1악장의 '운명' 팡파르가 되돌아옵니다. 40분의 여정이 한 바퀴 돌아 닫히는 순간 — 무대 위에서 이 대목을 맞는 기분은, 솔직히 말해 이 취미를 계속하는 이유의 절반쯤 됩니다.

이 곡을 객석이 아니라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면

저희는 지금 이 곡을 매주 토요일 오후, 예술의 전당 앞 연습실에서 조각조각 맞춰가고 있습니다. 같은 시즌에 시벨리우스 핀란디아와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말하자면 지금 합류하면, 이 글에 쓴 모든 장면을 객석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겪게 됩니다.

3악장의 피치카토 군무에 손끝 하나를 보태고 싶어졌다면 — 견학 신청은 아래에 있습니다. 악기를 가져오시면 바로 옆자리에서 같이 뜯어볼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