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Philharmonic Journal

처음 오케스트라에 오시는 분들께 — 단장의 편지

오케스트라 연습에 처음 오시면 당연히 엄청 어색하고, 또 어렵고, 거의 멘붕일 수 있는데요. 저도 그랬던 적이 있기에 제 경험에 비춰 몇 가지 말씀드릴까 해서 글을 씁니다.

처음 오케스트라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큰 마음 먹고 오시는 분들이에요.

어릴 적 악기를 했다가 다시 해보려는 분, 한때 전공까지 했지만 악기를 잊고 직장 생활을 하다 다시 시작하시는 분, 악기를 배운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뭔가 더 즐거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오시는 분 등등.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모든 분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즐겁게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요.

다들 잘하는 것 같고, 나만 못하는 것 같고

처음 어색하게 연습에 오셔서 앉아 계시면, 악보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고 — 그래서 더 주눅 들고, 창피하고, '난 오케스트라 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저도 그랬고, 정말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세요. 그래서 오셨다가 다시 안 나오시는 경우도,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시는 경우도 생기죠.

하지만 절대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우선, 오케스트라 단원들 중 어느 누구도 다른 단원의 악기 실력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굉장히 잘하면 당연히 칭찬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어요. 오히려 공감하죠. 모두가 부족하고,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니까요.

처음 오신 분은 당연히 악보도 곡도 낯설지만, 기존 단원들은 이미 그 곡을 몇 주, 몇 달째 연습해온 사람들이에요. 더 잘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죠. 함께 하다 보면 당연히 늘게 되니, 지레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무관심해 보여도, 상처받지 마세요

아르스 필하모닉은 비영리 단체라 우리를 관리해주는 사무실도, 스텝도 따로 없어요. 단장도 총무도 악보계도 모두 자원봉사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오시는 분들께 특별히 살뜰하게 챙겨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단원들 각자가 즐기려고 온 것이지, 뭔가 다른 것을 바라고 온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다들 좋은 분들이고, 같이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편해지실 거예요. 연습 처음 나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무관심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몇 번만 나오시면 어느새 익숙한 얼굴들이 생기고, 보면대 너머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저는 이곳에서 아내를 만났습니다

저도 어릴 적 악기를 배우다 한참을 쉬었고,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오케스트라에 가기로 마음먹기까지만 해도 상당한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게 부끄럽고, 창피하고,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딱 한 달, 연습 네 번쯤 나오니 사람들과도 좀 친해지고, 어느새 저에게 가장 소중한 취미가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제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이 경험으로 모교에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더 많은 친구들이 합주의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으니까요.

시작이 가장 어려운 겁니다

그런 말이 있죠. 시작이 가장 어려운 거라고.

'오케스트라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그리고 인터넷에서 오케스트라를 검색해보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 — 이미 큰 첫걸음을 내디딘 겁니다. 이제 악기를 챙겨 연습에 나오는 순간, 더 큰 변화가 시작될 거예요.

환영합니다. 우리, 함께해요.

아르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
홍성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