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여러 개 거쳐왔습니다. 러닝은 앱만 남았고, 골프는 장비만 남았고, 어학은 결제 내역만 남았어요. 그런데 오케스트라는 5년째 매주 토요일 오후를 지키고 있습니다. 왜 이것만 살아남았을까, 종종 생각해봤습니다.
혼자 하는 취미는 의지가 필요하고, 함께 하는 취미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혼자 하는 취미는 그만두는 데 아무 절차가 없습니다. 오늘 안 뛰어도, 이번 주 안 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그래서 의지가 바닥나는 순간 끝납니다.
오케스트라는 다릅니다. 첼로 파트 셋째 풀트 안쪽, 그게 제 자리입니다. 제가 빠지면 그 주 화음에서 제 음이 비어요. 부담이라기보다는 소속감에 가깝습니다. 내가 가야 완성되는 무언가가 매주 기다리고 있다는 것 — 의지가 아니라 구조가 취미를 지켜줍니다.
어른이 되면 사라지는 것: 함께 뭔가를 완성하는 경험
회사에서도 협업은 하죠. 하지만 스무 명, 마흔 명이 같은 순간에 숨을 맞춰 하나의 소리를 내는 경험은 일에서는 오지 않습니다.
지휘자의 손끝이 내려오는 순간, 현악기 활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관악기의 호흡이 한 박자 안에 모입니다. 잘 맞은 날의 합주는 정말로 몸에 전율이 옵니다. 그 감각을 한번 알고 나면, 토요일 오후에 다른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져요.
처음 오신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소리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게 이런 느낌인 줄 몰랐어요."
실력보다 꾸준함이 이기는 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좋은 점은, 전공자처럼 잘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필요한 건 매주 조금씩 나아지는 것뿐이에요.
저희 단에는 그 '조금씩'을 도와주는 장치가 꽤 있습니다.
- 전공자 선생님들이 파트에 함께 앉습니다. 혼자였다면 몇 달 헤맸을 활 쓰기를 합주 중에 바로잡아줘요.
- 악보·연습 일정·출석이 단 전용 앱으로 관리돼서, 다음 주에 뭘 준비해야 하는지 늘 명확합니다.
- 시즌마다 목표가 있습니다. 국립극장 해오름, 성남아트센터 — 진짜 무대에 서는 정기연주회요. 마감이 있는 취미는 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취미에서 사람이 남았습니다
5년을 다니니 오케스트라는 취미라기보다 두 번째 동네가 됐습니다. 연습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잔, 연주회 뒤풀이, 파트 단톡방의 시답잖은 농담.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데, 매주 같은 보면대를 보고 앉는 사이라는 것만으로 꽤 단단한 관계가 됩니다.
어른이 되어 새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말, 오케스트라 안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 얘기예요.
당신의 '살아남는 취미'가 될지도 모릅니다
시작에 필요한 건 대단한 실력이 아니라 토요일 오후 반나절입니다. 예술의 전당 앞 연습실에서 매주 토요일 15시 30분에 합주하고, 현악기는 오디션 없이 견학 후 합류를 결정하면 됩니다.
악기를 쉰 지 오래됐어도 괜찮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다시 연주자로 만들어줍니다. 일단 한 번, 구경하러 오세요.